[책] 랜덤워크와 인간의 본능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 보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조각들을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랜덤워크 투자 수업 책으로
랜덤워크 투자 수업 책

버턴 맥킬(Burton Malkiel)의 저서 랜덤워크 투자수업은 현대 투자론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엘리엇, 그랜빌, 다우 이론 등이 강조하는 기술적 분석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장은 주가를 매우 효율적이고도 무작위(Random)하게 결정하기 때문에, 심지어 침팬지가 다트를 던져 종목을 고르는 방식조차 전문가의 수익률과 대등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인 버턴은 개별 주식을 빈번하게 매매하는 것보다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여 장기 보유하는 것이 우월하다는 사실을 수익률 지표를 통해 입증해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랜덤워크 이론과 파동 이론은 방법론에서 극명하게 갈리지만, 두 이론 모두 투자 시장에서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각 이론의 신봉자들이 실제 시장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버턴이 주장하는 ‘랜덤워크 가설’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움직임을 결코 예측할 수 없으며, 주가의 단기적 변화는 독립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패턴과 질서를 찾는 엘리엇 파동 이론과는 철학적 뿌리부터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다. 여기에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시장의 심리적 가치에 주목하며, 주식 투자를 ‘언론사 주최 미인 대회’에 비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본인의 취향보다 대중이 누구를 미인으로 선택할지 그 ‘기대 심리’를 읽는 것이라는 내용의 핵심을 담고 있다.



나만의 투자 철학을 완성

이 세 명의 유명인들은 각기 다른 철학을 주장했으나, 중요한 것은 누구의 주장이 옳고 틀린가가 아니라 그들의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축구 선수 손흥민의 기술을 전수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손흥민이 될 수 없듯이, 투자 역시 고통스러운 자기 연마와 경험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결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과 코인, 그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에게 맞는 철학을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버턴은 튤립 버블부터 현대의 IT 버블, 암호화폐 열풍에 이르기까지 투기의 역사를 관통하며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지점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교훈을 통해 투기적 거품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며, 군중심리에 휩쓸린 이들은 경제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인류의 멈추지 않는 욕심이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투기적 에너지가 자본과 인재를 집중시켜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버턴의 냉철한 분석에 따르면, 증권가의 분석가들은 때로 자신의 입지를 위해 ‘예언가’의 가면을 써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들은 프로이기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거대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는 명확한 확신을 주는 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적 분석의 모호함을 꼬집는 유명한 문구인 “시장이 오르거나 내리지 않으면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쓴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는 어설픈 예측으로 시장을 호도하기보다 차라리 시장의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인정하는 정직한 고백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있다. 결국 지속적인 패턴은 도박판의 행운처럼 지극히 드문 현상이며, 주가는 본질적으로 랜덤워크의 속성을 지닌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존재라 믿지만, 실제로는 비합리적인 편향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투자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 수익 구간에서는 안주하고, 손실 구간에서 오히려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가?
  • 확증 편향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 군중 심리에 휩쓸려 나만의 원칙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버턴은 투자의 세계에서 1%의 기술만큼이나 99%의 행운이 작용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기에, 뉴스와 레포트 이면의 진실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느 차트가 리스크가 클까?

상승 국면에서 무조건 좋은 차트는 아닐 수 있다. 리스크로만 바라볼 떄, 이미 바닥까지 내려온 차트는 오히려 추가 하락의 위험이 적은 안전한 구간일 수 있다. 우리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 자신의 위치가 바닥 부근에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적은 포지션에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두 차트 모두 리스크는 동일하며 50:50이 정확한 분석일 수 있다.

랜덤워크 이론이 시사하듯 삶과 주식의 향방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장의 이익보다 올바른 철학을 믿고 묵묵히 정진한다면, 혹독한 겨울을 지나 반드시 봄의 새싹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