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는 투자의 역사에서 두 번의 충격이 있었죠. 바로 루나(LUNA) 사태와 FTX 거래소의 파산이었습니다. 이 사건들이 우리에게 비트코인이 얼마나 떨어지냐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믿었던 현금과 거래소가 증발할 수도 있다는 공포였죠.
많은 투자자들은 하락장이 오면 코인을 팔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꿉니다. 일종의 현금 대피소인 셈이죠. 그런데 만약, 그 대피소가 부실공사로 지어진 건물이라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죠.
현재 코인 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두 거인, 테더(USDT)와 서클(USDC). 겉으로는 똑같이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다른 구조와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코인의 준비금 상황과 리스크를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크립토 겨울, 우리의 현금은 안전한가?
스테이블 코인의 왕좌 : USDT (테더) 분석
먼저 시가총액 1위, 부동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테더(USDT)입니다. 저는 테더를 시장통에서 잔뼈가 굵은 코인이죠. 세련되지는 않지만, 어떤 위기가 와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압도적 유동성 : 왜 모든 거래소는 테더를 쓸까?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를 써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대부분의 코인은 ‘BTC/USDT’ 페어에서 거래됩니다. 테더는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했고, 가장 많은 거래소에 침투했죠. 이것이 테더의 가장 큰 무기,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누구나 쓰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죠.
과거의 흑역사: “준비금, 진짜 있는 거 맞아?”
하지만 테더는 태생적으로 불투명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닙니다. 과거 테더사는 “우리는 100% 현금으로 준비금을 가지고 있다”라고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기업어음(CP)이나 계열사 대출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벌금을 물기도 했죠.
이때부터 투자자들 사이에는 “테더 둠스데이”라는 음모론이 생겼습니다. 테더가 망하면 코인 판 전체가 망한다는 공포죠.
테더의 환골탈태, 정말 안전해졌나?
그렇다면 2024년, 2025년의 테더가 어떤지 보면 과거보다 훨씬 안전해졌다 입니다.
최근 테더가 공개한 분기 보고서를 뜯어보면 변화가 보입니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기업어음(중국 부동산 등 위험 자산일 가능성이 높았던)’ 비중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였습니다. 그 자리 바로 미국 국채로 대체했죠.
테더사는 현재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큰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채 이자로만 분기마다 수조 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죠. 이 수익으로 그들은 초과 준비금을 쌓고 있습니다. 즉, 100원을 갚아야 하는데 105원 정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체질을 개선한 것입니다.
테더는 이제 헤지펀드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테더의 야망입니다. 그들은 수익금으로 비트코인과 금을 모으고 있죠. 단순한 달러 연동 코인을 넘어, 자체적인 자산 운용사가 되려는 움직임이죠. 이는 리스크 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달러 가치가 흔들릴 때 버팀목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제도권의 엘리트 : USDC (서클) 분석
테더가 다소 거칠다면, 서클의 USDC는 월스트리트의 모범생 코인입니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피델리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전통 금융의 거물들이 뒤를 봐주고 있습니다.
투명성의 끝판왕
USDC의 가장 큰 장점은 규제 준수와 투명성이죠. 서클은 매달 회계 법인을 통해 준비금 내역을 아주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서클은 1센트까지 미국 규제 하에 관리되는 은행과 국채에 넣어뒀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죠. 그래서 기관 투자자들은 테더보다 USDC를 훨씬 선호합니다. 뒷탈이 없으니까요.
너무 투명해서 문제? SVB 사태의 역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권 친화적인 성격이 독이 된 적이 있습니다. 2023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입니다.
당시 서클은 “준비금 중 33억 달러가 SVB에 예치되어 있다”고 투명하게 밝혔습니다. 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패닉셀이 발생했고, 절대 안전이라 믿었던 USDC가 0.8달러 대까지 폭락(디페깅)했습니다.
오히려 제도권 은행을 믿고 돈을 맡겼는데, 은행이 망해버리는 바람에 코인이 위협받은 웃지 못할 사건이었죠. 반면 당시 테더는 은행존에 깊게 발을 담그지 않아 오히려 멀쩡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누구 편일까? 결국 SVB 사태는 미국 정부가 예금을 전액 보증해주며 해결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통제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USDC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통과된다면, 가장 먼저 라이선스를 받고 디지털 달러 지위를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USDC죠.
진검 승부 : 준비금 및 담보 자산 퀄리티 비교
좀 더 냉정하게 숫자로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산 구성 비교표 (추정치 기반)
| 비교 항목 | USDT (테더) | USDC (서클) | 비고 |
| 주요 담보물 | 미국 국채 + 현금성 자산 | 미국 단기 국채 + 현금 | 둘 다 국채 비중 높음 |
| 리스크 자산 | 비트코인, 금, 기업 대출 (약 15% 내외) | 거의 없음 (100% 현금/국채) | USDT는 공격적, USDC는 보수적 |
| 보관 장소 | 해외(역외) 은행, 자체 보관 등 불투명 | BNY 멜론 등 미국 수탁 은행 | USDC가 제도권 감시 하에 있음 |
| 투명성 검증 | 확인 수준 | 감사 준수 지향 | USDC의 신뢰도가 더 높음 |
국채 vs 비트코인: 무엇이 더 안전한가?
USDC는 담보물이 깔끔합니다. “현금 아니면 미국 국채”. 즉,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1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매우 안정적이지만, 수익성은 낮습니다.
반면 USDT는 비트코인과 금, 그리고 일부 기업 대출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 테더는 엄청난 수익을 내며 자산이 불어나지만, 비트코인이 반토막 나는 크립토 겨울이 오면 담보 가치가 하락해 뱅크런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감사와 확인의 말장난
다소 헷갈릴 수도 있는데, 테더는 회계 감사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정식 감사가 아닌 특정 시점의 잔고를 보여주는 확인에 가깝습니다.
- 확인 : 12월 31일 오후 1시에 우리 통장 찍어서 보여주는 것 (그 전후로 돈을 빌려왔는지는 알 수 없음)
- Audit : 회계 법인이 일정 기간 동안의 자금 흐름과 장부를 샅샅이 뒤져서 보증하는 것.
USDC는 정식 감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상장을 준비하며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준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뢰도 측면에서는 USDC가 윌등하죠.
그래서, 돈은 어디에 보관할까?
“목적에 따라 지갑을 나눠라.”
- 트레이딩용 자금 (단기) : USDT (테더)
- 이유 : 여전히 유동성 왕입니다. 급하게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때, 알트코인을 거래할 때 USDT 마켓이 가장 거래량이 많고 호가창이 촘촘합니다. 단기적으로 거래소에 놔두고 사고파는 돈은 USDT가 편합니다.
- 보관용 자금 (장기/DeFi) : USDC (서클)
- 이유 : 거래를 쉬고 있거나, 디파이(DeFi) 이자 농사를 짓거나, 혹은 개인 지갑(레저, 메타마스크)에 오랫동안 묵혀둘 자금이라면 저는 무조건 USDC를 선택합니다. 미국 제도권이 보증하는 안정성과 투명성은 장기 보유 시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특히, 규제 리스크가 터졌을 때 테더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 생각 : 완벽한 안전은 없다
정확하게 따지면 “스테이블코인은 달러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달러를 흉내 낸 민간기업의 토큰일 뿐이죠. 테더가 국채를 아무리 많이 사도, 서클이 아무리 투명해도, 그들이 파산하거나 해킹당할 확률은 ‘0%’가 아닙니다.
진심으로 안전을 원하신다면, 코인 시장을 떠나 실제 은행에 달러 예금을 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 시장에 있는 이유는 그만큼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겠죠.
스마트한 투자자는 리스크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리스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USDT의 공격적인 점과 USDC의 정교함을 적절히 섞어,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게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